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60sec | F/2.8 | 0.00 EV | 50.0mm | ISO-3200 | Off Compulsory | 2014:12:04 21:28:27

△ 2014년 12월 4일,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눈.


2008년, 촛불 정국이었다. slr클럽에는 '시민기자단' 갤러리가 생겼고, 카메라와 캠코더와 인터넷과 아프리카가 공권력에 대한 역판옵티콘 역할을 하던 시국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사진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산 지 반 년이 좀 넘은 똑딱이 카메라가 놀고 있었고, 나는 그걸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과외비를 털어 똑딱이 카메라를 사서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사실, 이것 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긴 했었다. 돈만 충분했으면 입문부터 고성능 dslr로 했겠지. 그 때나 지금이나 어떤 재화를 구매할 때의 제1 판단기준은 가격이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모든 선택에는 저마다의 기회비용이 있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카다미아가 봉지째 나왔냐 그릇에 담겨 나왔냐 가지고 시비를 털 정도는 돼야 별 걱정 없이 턱턱 지를 수 있을 것 아닌가.

건방지게도, '사진을 좀 찍는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다가 이불 걷어찰 일이다. slr클럽 같은 곳을 즐겨찾기 찍어놓고 돌아다니며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카메라와 사진의 기술적 영역에 대한 내용들을 읽으며, 아 이렇게 조작하면 사진을 이렇게 찍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대단히 큰 오산에 빠졌다. 경기도 오산시청에서 항의전화 받을 일이다. 되도 않는 장비병에나 걸렸지만 물론 돈이 없었기 때문에 뭐 대단한 기변의 역사는 없었다. 미놀타 다이낙스5d가 사망함에 따라 같은 마운트를 쓰는, 별로 비싸지 않아 과외비로 살 수 있던 a700을 중고로 들인 정도 말고는.

그래도 조리개가 뭔지, 셔터속도가 뭔지, 감도가 뭔지, 크롭바디가 어떻고 풀프레임이 어떻고 렌즈의 스펙은 어떻게 보는 거고 하는 정도의 지식은 있으니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고 기웃거리곤 했다. 기자도 사회부 아스팔트 출입이 제일 처음이듯이, 아무것도 모르던 아마추어, 초보 사진가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공개적인 사건들을 위주로 컷수를 늘려갔다. 물론 야외에서 진행되는 일들의 특성상 물과 먼지를 견딜 필요가 있었다. 이를테면,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50sec | F/4.0 | 0.00 EV | 70.0mm | ISO-3200 | Off Compulsory | 2011:11:23 21:29:54

△ 2011년 11월 23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with 24-85)


이런 사진들을 찍으면서는 솔직히 좀 쫄았다. 바디는 방진방습이 허술하게나마 지원되는 것이었지만, 렌즈는 '허술하게나마'도 안 되는 구형 렌즈였으니까. 그래도 내가 뛰어다니며 그나마 보도사진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이런 상황들 정도밖에는 없었고, 그저 렌즈에 물 안 튀게 조심하는 수밖에 별 도리는 없었다. 당시엔 소니 알파마운트로 나오는 렌즈 중 방진방습이 지원되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물론 있었다고 해도 그걸 내 지갑 사정으로는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11년에는 (나오라는 a700 후속 slr은 안 나오고) slt인 a77이 나왔고, a77와 한 쌍으로 16-50이 나왔다. 알파마운트 크롭 렌즈 중 최초의 f/2.8 고정 표준줌이었다. ssm도 달렸고, 크기나 무게도 적당한 것이 그냥 스펙만 봐도 짱짱맨이었다. 무엇보다도, 방진방습을 지원하는 렌즈였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40sec | F/4.0 | +0.70 EV | 40.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3:15 13:47:19

△ 이렇게 생겼다. 생긴 것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다. 화려한 장식 같은 건 전혀 없다. 거리계창이나 양각으로 박힌 렌즈 이름 정도가 '나 고급이요' 하고 말하는 정도다. 꽃 모양 후드가 기본으로 지원되며, SSM 내장 렌즈이기에 af/mf 전환 스위치가 달려 있다. 또 mf로 모드를 변경하지 않아도 초점링을 돌려 초점을 미세하게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


한참 뒤에 slr클럽에서 댓글 이벤트를 했고, 그냥 무심코 이 렌즈에 대한 이런 기대감들을 적었고, 대체 무슨 조화였는지 덜컥 당첨돼 버렸다. 이걸 받아들고는 그냥 신이 나서 아무거나 더 찍어댔던 것 같다. 사진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했던 것 같다. 무슨 되도 않는 자신감으로 한 시사주간지 사진기자 원서를 냈다가 서류 광탈하고 실망하기도 했지만.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0sec | F/2.8 | 0.00 EV | 22.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3:29 14:54:49

△ 2013년 3월 29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자유전공학부 폐지 반대 목소리.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80sec | F/2.8 | 0.00 EV | 16.0mm | ISO-1600 | Flash fired, compulsory flash mode | 2013:04:05 21:13:57

△ 2013년 4월 5일, 서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장. 중구청이 농성장을 철거하고 화단을 조성하자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열렸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640sec | F/7.1 | +1.00 EV | 50.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4:09 17:39:15

△ 2013년 4월 9일, 서울 북아현동 뉴타운 개발 현장에서 인부가 펜스 작업을 하고 있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25sec | F/7.1 | +0.70 EV | 35.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4:09 18:01:32

△ 2013년 4월 9일, 서울 북아현동 뉴타운 개발 현장. 건물을 철거하던 중장비가 멈춰있다.


선물 받은 렌즈의 효과는 뛰어났다. '이 좋은 렌즈를 썩힐 수는 없다'는 어떤 의무감도 들었고, 어떤 자신감 같은 것도 생겼다. 이거라면 못 찍을 사진은 없어! 라는 식의. 아닌 게 아니라, '못 찍을 사진'이 매우 적어졌다. 일단 기존에 쓰던 24-85는, 화질적으로는 준수했지만, 상당히 허술한 만듦새(경통을 망원단으로 뽑아놓고 잡고 흔들면 흔들린다. 그것도 꽤 크게.)와 함께 af 문제가 좀 있었다. 특히 망원단에서 핀이 나가는 문제가 심각했는데, 한 번 센터에 가서 초점 교정을 받아봐야 하나 싶었지만 미놀타 렌즈를 소니 센터에서 봐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냥 참고 썼다. a700에 자가 초점 교정 기능이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래도 3.5-4.5의 가변조리개는 어떤 상황에서는 제약이 될 수밖에 없었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5sec | F/4.5 | 0.00 EV | 26.0mm | ISO-3200 | Off Compulsory | 2011:12:03 19:06:20

△ 2011년 12월 3일, 서울 대한문 앞 '뉴타운 간첩파티'.(with 24-85)


iso를 3200까지 올리고도 셔터속도를 더 뽑아낼 수 없는 어두운 상황. 사실 저날 공연을 촬영한 사진들도 있지만, 아예 내놓기가 힘들 정도다. 다행히도 16-50의 f/2.8 고정조리개로 이런 상황에서 한 스탑 정도는 여유를 얻을 수 있게 됐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8sec | F/2.8 | 0.00 EV | 16.0mm | ISO-6400 | Off Compulsory | 2013:06:28 00:36:25

△ 2013년 6월 28일, 경희대. 메타정보에도 나와있지만 정말 극한의 상황이었다. f/2.8 조리개와 손떨림보정으로 겨우 버틴 경우.


그리고 또 하나, 24-85는 아무래도 필름용 렌즈라서 광각단이 아쉬울 때가 많았지만, 16-50은 그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 당장 기자회견 같은 경우, 넓지 않은 장소에서 많은 인원이 펼침막을 들고 가로로 서있는 경우가 많은데, 크롭바디에서 24mm면 환산 36mm에 해당하는 화각이니 좌우 사람이 잘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16-50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환산 24mm 상당 화각 정도면 대부분의 경우는 다 커버가 된다. 어설프게나마 넓은 느낌도 흉내내볼 수 있고. 그걸로 안 되는 경우는 얄짤 없이 초광각렌즈를 써야 하겠지만.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80sec | F/8.0 | +1.00 EV | 16.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4:20 17:16:31

△ 2013년 4월 20일, 서울 종로 인근에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관련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400sec | F/9.0 | +0.70 EV | 16.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3:08:06 16:02:42

△ 2013년 8월 6일, 푸른하늘공동행동.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00sec | F/11.0 | 0.00 EV | 16.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3:08:03 15:20:01

△ 2013년 8월 3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640sec | F/9.0 | 0.00 EV | 16.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4:03:22 14:03:43

△ 2014년 3월 22일, 부산타워.


그리고 f/2.8 조리개를 이용한 배경 정리도 가능했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80sec | F/2.8 | +0.30 EV | 50.0mm | ISO-1600 | Off Compulsory | 2013:08:03 19:38:42

△ 2013년 8월 3일, 청계천에서 이석채 당시 KT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5000sec | F/2.8 | 0.00 EV | 35.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4:03:22 11:53:10

△ 2014년 3월 22일, 부산 자갈치시장.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000sec | F/2.8 | 0.00 EV | 40.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4:05:04 14:24:25

△ 2014년 5월 4일.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500sec | F/2.8 | +0.70 EV | 50.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4:07:03 13:56:46

△ 2014년 7월 3일.


신문사에 취직했다. 사진기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의 트렌드는 '멀티형 기자'라나 뭐라나. 사진기자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사진기자를 부를 만한 큰 건이 아닌 경우,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내가 커버하곤 했다. 전문 사진기자도 아닌데 이것저것 장비를 바리바리 챙길 수 없으니, 내가 갖고 있는 a700에 고성능 표준줌렌즈 하나, 그리고 플래시 정도 챙겨서 '음, 뭐 이 정도면 뭐라도 해볼 수 있겠군' 하고 돌아다니곤 했다. 사실 사진기자가 되고 싶었던 입장에서, 은근히 그런 상황을 즐긴 것도 있다. 그리고 기사를 내가 쓴다면, 그 기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은 기사를 쓰는 내가 찍을 수밖에 없다, 뭐 이런 생각도 좀 있었고.

카메라 바디에는 성능적인 문제가 좀 있었다. 오래된 바디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초당 5연사면 못 쓸 정도는 아닌데, 연사 버퍼가 너무 작아서 좀 찍다가 먹통되고, 다시 좀 찍다가 먹통되고,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버퍼 용량만큼만 연사를 끊어 누르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 af는 중앙 1점은 매우 신속하고 정확했지만, 나머지 측거점은 그냥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라, 아예 중앙 1점 고정으로 썼다. 중앙 1점은 원래 듀얼크로스로 설계됐던 데다가, f/2.8 이상에서 활성화되는 라인센서가 하나 더 있어서 16-50과의 궁합이 좋은 편이었다. 또 허술하긴 해도 방진방습을 지원하기 때문에, 역시 방진방습을 지원하는 16-50과 함께라면 비가 좀 오는 날에도 개의치 않고 카메라를 꺼내들 수 있었다.

다만 플래시에 문제가 좀 있었는데, 플래시 자체보다는 핫슈 단자의 내구성이 문제였다. 이게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서 잘못하면 깨지는데, 내 경우에도 한 번 깨먹어서 수리를 보내야만 했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000sec | F/5.6 | +0.30 EV | 17.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11:06 10:54:49

△ 2013년 11월 6일, 완주군청 앞, 쌀 목표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야적 시위.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200sec | F/2.8 | -0.30 EV | 45.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3:11:12 11:28:14

△ 2013년 11월 12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및 삭발식이 열렸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250sec | F/2.8 | 0.00 EV | 18.0mm | ISO-1600 | Off Compulsory | 2013:12:09 14:12:50

△ 2013년 12월 9일, 수서발 KTX 분리 및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총파업.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50sec | F/4.5 | +0.70 EV | 28.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12:16 11:53:14

△ 2013년 12월 16일,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보고 있는 대학생들.


사진이 죄다 2013년에 찍은 것만 있지만 2014년에도 꾸준히 찍고 있다. 다만 일일이 다 늘어놓기가 귀찮을 뿐(...) 또 지면에 들어간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골라내는 것도 의외로 일이다. 지면에 들어간 건 저작권이 내게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올려놓을 수도 없으니.

아무튼, 이 같은 장점들이 있지만, 16-50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16mm에서는 술통형 왜곡이 심각하게 드러난다는 것인데, a77 등 신형 바디에서는 이를 잡아주는 보정 기능이 있어 크게 문제가 안 될 수 있어도, 그런 기능이 없는 a700에서 쓰기엔 심히 곤란하다는 것. 그 왜곡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냐면,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00sec | F/10.0 | +0.70 EV | 16.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3:05:15 12:00:10

△ 2013년 5월 15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축제 중.


분명 건물이고 바닥이고 다 직선인데, 가운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모양으로 찍혔다. 이게 또 불룩한 것이 균등하면 모르겠는데, 유독 가운데만 불룩하게 나오니 직접 보정하기도 좀 애매하고 그런 것이다. 지금은 별 생각 없이 쓰고 있지만, 당시에는 저것도 저것 나름대로 스트레스 요소였다. 그래서 한때는 16mm는 피해서 한 20mm쯤부터 쓰려고 노력해보기도 하고 그랬지만... 역시 사람은 적응의 생물인 모양이다.

한편 16-50에 고질적인 초점 문제가 있어서 한 번 교정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있다. 실제로 약간의 초점 스트레스를 느낀 적이 있었다. 필연적으로 심도가 얕아지는 망원단에서 잘 드러났는데, 초점이 약간 흐리멍덩하게 맞는 경향이 있었다. 핫슈를 한 번 부러뜨리고서 렌즈랑 한 세트로 수리를 보냈더니, 초점이 약간 앞에 맺히는 경향이 있다면서 교정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무료 as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돌아온 뒤에는 망원단에서도 이미지가 깔끔하게 잘 나온다. 내 경우에는 그냥 교정의 문제였던 것 같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4000sec | F/2.8 | +0.70 EV | 50.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4:03:20 13:24:16

△ 2014년 3월 20일, 부산.


2007년에 나와 2011년에 구입한 바디와 2011년에 나와 2013년에 선물받은 렌즈의 사용기를 2014년 말에 쓰고 있으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너무 늦었다. 사용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하루이틀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보니 벌써 이렇게 됐다.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다. 타이레놀과 카페인 없이는 글을 못 쓸 정도로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사진을 찍을 때, 파일을 컴퓨터로 옮겨와 보정할 때, '그래도 쓸만한 사진'을 몇 장 골라낼 때에는 즐겁다, 까지는 아니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물론 여전히 '사진을 찍는' 수준은 아니고, '카메라를 다루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언제까지 이 카메라와 이 렌즈로 사진을 찍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견뎌줘서, 그래도 남에게 보여줄 만한 사진 몇 장을 뽑아줘서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겠지.


@milpis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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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클럽의 리뷰 댓글 이벤트에 당첨됐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썼던(은 과장이고, 아주 약간의 요행을 바라면서 썼던) 댓글이, 내게 소니의 신형 고정조리개 표준줌렌즈로 돌아왔다. 한 달 가량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택배 박스를 수령했다. 소니 16-50은 대충......



이런 렌즈랜다.(소니코리아 제품설명 페이지) DT렌즈(APS-C 판형 전용 렌즈)로서 초점거리는 16mm에서부터 50mm까지 지원해 대충 135판 환산 24-75mm 정도의 화각을 제공하고, 전구간에서 f/2.8 고정조리개를 채택하고 있다. 조리개 날개는 7장으로, 조리개를 조였을 시 빛갈라짐이 14개로 나타난다. DT렌즈로서는 처음으로 초음파모터인 SSM을 채택했는데, 바디 모터나 SAM과는 달리 매우 조용하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초점을 잡을 때 '쉭' 하는 높은 소리가 아주 살짝 들리는 정도. 포커싱 속도는 SSM답게 상당히 쾌적한 편이다. 필터지름이 72mm, 무게는 577g으로 아주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크롭 표준줌 치고는 상당히 크고 무거운 편이다. 물론 밝은 고정조리개를 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알파 마운트 렌즈 중 최초로 방진방습 기능을 제공한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50sec | F/4.0 | 0.00 EV | 26.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3:15 13:42:29

이런 택배상자에 담겨 왔다. 개인정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모자이크에 신경을 좀 썼다.(?!) 깨지니까 취급주의해달란 스티커는 안 붙어있는 것 같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20sec | F/4.0 | 0.00 EV | 28.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3:15 13:45:50

상자를 열자, 공기가 채워진 비닐 완충재와 함께 렌즈 상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쪽지도 붙어있음.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25sec | F/4.0 | +0.70 EV | 26.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3:15 13:46:09

렌즈를 받은 것 자체도 기뻤지만 저렇게 쪽지가 딱 붙어있으니까 막 누가 나한테 마음 써서 선물한 것 같고 막...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50sec | F/3.5 | +0.70 EV | 26.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3:15 13:46:51

보증서와 각종 설명서들(왼쪽에 빼곡히 들어차있는 것들), 그리고 골판지로 된 완충재와 뽁뽁이가 보인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40sec | F/4.0 | +0.70 EV | 40.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3:15 13:47:19

렌즈를 꺼냄. 너무 신나서 곧바로 마운트했기 때문에 개봉기에 어울리는 디테일한 외관 사진은 없다. 마치 바디캡처럼 쓰던 미놀타 24-85에 비해서는 길이와 굵기 모두 조금씩 커진 모습이며, 특히 16-50은 경통이 금속 재질로 되어 있어 좀더 단단하고 차가운 느낌이 난다. 후드는 꽂아놓고 보면 상당히 큰 편이다.


샘플샷은... 아직까지는 이 렌즈로 찍은 게 전부 지인들의 얼굴을 찍은 사진들 뿐이라 공개적으로 올려놓기는 어렵다. 조만간에 이 렌즈에 대한 간단한 사용기를 작성하면서 샘플샷들을 첨부할 예정.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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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 Galaxy Nexus | Aperture priority | Multi spot | 1/17sec | F/2.8 | 0.00 EV | 3.4mm | ISO-200, 0, 0 | Flash did not fire | 2013:02:07 17:04:46

▲ 마침 사진 찍어야겠다 마음 먹었을 때 가지고 있던 렌즈가 저것 뿐이었어서 결국 폰카로 찍을 수밖에 없었던 렌즈 장착샷. 저 렌즈는 미놀타 24-85 구형이다.


사진을 찍어야겠다, 마음을 먹은 것은 대학교 새내기 때였다. 사실 그 전에는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 자체를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가진 카메라라곤 기껏해야 640*480급 해상도의 폰카 뿐이었고, 어디 여행 갈 일이 있어도, 굳이 사진을 찍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쿨하게 그냥 망막으로만 풍경을 담곤 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 항상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뭔가를 열심히 사진으로 담던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내가 거기에 동참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사진을 찍어야겠다, 나도 카메라를 장만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처음에는 학교에서 듣던 언론정보학 관련 수업들 때문이었고, 그 다음에는 d로 시작하는 모 사이트에서의 활동 때문이었다. '나도 저런 사진 좀 찍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나 내가 가진 폰카로는 무리였고, 그리하여 과외를 뛰어서 번 돈으로 삼성의 컴팩트카메라를 한 대 사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때 까지도, 카메라는 단지 생활 반경 속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메모'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사진에 깊이 빠질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2008년은 참 시끄러웠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로 시작된 촛불시위 물결이 각방면의 이슈와 결합하면서 크게 폭발했고, 나도 늦봄과 초여름의 많은 날들을 거리에서 보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컴팩트카메라는, 주로 밤에 이루어졌던 촛불시위 현장을 제대로 담기 힘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dslr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펜탁스 k100d super로 slr에 입문했다. 그렇게 반 년 정도 사진을 찍다가, 언제까지고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 쓸 수만은 없었기에, 과외비를 털어서 다이낙스 5d를 샀다.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1000sec | F/5.6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09:01:14 12:31:52

▲ 아마도 구입한 다음날에 찍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진. 번들렌즈.


왜 하필 다이낙스 5d였을까? 결론은 돈이었다. dslr 입문을 손떨림보정 기능이 바디에 내장된 k100ds로 했기에, 손떨림보정 기능이 없으면 왠지 불안했다. 캐논이나 니콘의 보급기를 쓰기에는 손떨림보정 기능이 달린 렌즈를 구비할 자신이 없었기에, 바디 내장 손떨림보정 기능을 보유하고 있던 바디들 위주로 볼 수밖에 없었고, 그 중 가장 중고가가 싼 것이 다이낙스 5d였다. 옥션 중고장터에서, 번들렌즈 포함 28만원. 그리고 이것을, AS모듈 고장으로 은퇴시키기 전까지, 마구 부려먹었다.


▲ slr클럽에 올릴 요량으로(...) dcinside에서 긁어온 것. 대충 스펙은 저렇다. 하지만 뭐든지 스펙에 나와있지 않은 부분이 중요한 법이다.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5sec | F/4.0 | 0.00 EV | 30.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2:07 17:03:05

▲ 정면샷. 바디캡이 왜 미놀타가 아니라 소니로 되어있냐면, a700의 것을 그냥 끼워놨기 때문에... 이름이 a sweet digital로 되어 있는데, 이는 일본 내수용 제품명. 정식 수입된 제품은 DYNAX 5D로 되어 있고, 보통은 이 이름으로 통용된다. 줄여서 d5d라고 부름.


d5d의 특징이라고 해봐야 뻔하디 뻔한 것들 뿐이다. 그 뻔한 특징들이, 사실은 d5d를 d5d로서 존재하게 했다. 몇 가지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1. 바디 내장 손떨림보정


이제는 다 지나간 바디다. 중고 매물조차도 보기 힘들다. 애초에 시장에 풀린 물량 자체가 캐논이나 니콘의 보급기들에 비할 바가 아닌 데다가, 내구성에서 아주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구성 문제의 원인은 바로 손떨림보정 모듈(AS모듈)에 있다. 초음파를 이용해 센서를 움직이는 올림푸스나 자기장을 이용해 센서를 공중에 띄운 상태로 움직이는 펜탁스와는 달리, 가장 먼저 바디 내장 손떨림보정 기능을 채택한 탓인지 상당히 복잡한 기계적 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장이 잘 나는 편이다. 문제는, 이렇게 손떨림보정 모듈이 고장이 나면, 아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수리하느니 차라리 다른 보급형 dslr 기종을 중고로 사는 게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내 d5d는 6천여 컷 만에 모듈이 사망해버렸다. AF까지는 문제 없이 잡지만, 셔터를 눌러도 반응이 오지 않는다. 5천 5백 컷 즈음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복불복 급으로 정상가동률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급기야는 2011년 봄 즈음에 완전히 뻗어버렸다. 사실 좀 귀찮은 방법을 이용하면 손떨림보정 기능 없이 사진을 찍을 수는 있는데, 전원을 넣어두고 한참 놔둬서 카메라가 절전모드로 들어가면 그 때 깨워서 사용하면 된다.


AS모듈 문제는 d5d만의 문제는 아니고 알파마운트 최초의 디지털 바디인 d7d에서도 나타났고, 소니가 알파마운트를 인수하고 내놓은 첫 dslr인 a100에서도, '스테디샷(SS inside)'으로 이름만 바뀐 손떨림보정 모듈은 여전히 유리내구성을 보여줬다. 다만 a100은 손떨림보정 모듈이 나가도 셔터는 작동한다고. 그리고 a700부터는 해당 문제가 사라졌다고 한다.(현재 a700 사용중)


알려진 바와 같이, 손떨림보정 기능이 만능은 아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용도에 맞는' 한 가지 옵션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다. 이를테면,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20sec | F/8.0 | 0.00 EV | 40.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09:07:28 19:08:16

▲ 번들렌즈, 초점거리 40mm, 조리개 F/8, 노출시간 1/20초. iso 400.


이런 사진을, 삼각대 없이 찍고 싶다면, 손떨림보정 기능이 필요하다. 보통 135판에서 핸드블러가 발생하지 않을 조건으로, 렌즈 초점거리 숫자의 역수 만큼의 노출시간을 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화각이 좁아지면서 초점거리의 1.5배 정도로 피사체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내는 aps-c 판형의 경우, 렌즈 초점거리 숫자에 1.5를 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나는 이 사진을 손떨림 없이 찍기 위해 1/60초의 셔터속도를 확보해야 했을 것이다.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20sec | F/8.0 | 0.00 EV | 40.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09:07:28 19:08:16

▲ 일부를 크롭해보았다.(원본 사이즈)


화소수가 적어서 디테일이 요즘 물건만 못하고, 또 노이즈가 좀 꼈다. 하지만 손떨림은 보이지 않는다. 손떨림보정 기능은 딱 이런 정도의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어두운 실내에서 감도를 3200까지 높이 올리지 않고도 음식 등 정물을 찍거나, 어두운 실내에서 열리는 정적인 행사를 찍거나 할 때 필요한 것이다. 손떨림보정 기능을 맹신한 나머지, 삼각대의 중요성을 무시해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러니까, 손떨림보정 기능이라는 건, '대충 급할 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도의 옵션일 뿐이다.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Manual | Pattern | 1/2sec | F/6.3 | 0.00 EV | 24.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09:11:23 20:54:19

▲ 미놀타 24-85. 삼각대 없이 카메라 들고 숨 참으며 1초 버텼더니 나온 사진. 하지만 그냥 삼각대를 쓰는 게 백만 배 정도 낫다.


2. 편리하고 풍부한 조작계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5sec | F/4.0 | 0.00 EV | 24.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2:07 17:08:46

▲ 후면.


SONY | DSLR-A7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5sec | F/4.0 | 0.00 EV | 40.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3:02:07 17:09:05

▲ 상단을 비스듬하게 찍었음. 윽 먼지......


일단 조작 다이얼이 하나 뿐이라는 것은 보급기의 숙명. 보급기로 입문하는 경우에는 사실 다이얼이 하나만 있어도 별 불편함이 없지만, 한 번 중급기를 손에 길들이게 되면, 다시 다이얼 한 개 짜리 조작계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펜탁스 보급기의 경우에는 다이얼이 후면에 있어서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하게 되어 있고, 노출보정 버튼은 집게손가락으로 누르게 되어 있다. 미놀타는 그 반대로 다이얼을 집게손가락으로, 노출보정 버튼을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하도록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놀타 쪽이 조금 더 편했던 것 같다. 촬영시, 별로 할 일 없는 엄지를 항상 노출보정 버튼 근처에 올려놓으면 되니까.


상단 다이얼이 두 개, iso 버튼과 드라이브모드 버튼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왼쪽 다이얼은 화이트밸런스 관련 기능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나는 주로 AWB모드와 캘빈값 직접입력 모드를 사용했다. 사실 캘빈값 직접입력 기능이 없었더라면, 왼쪽 다이얼에 손댈 일이 많이 없었을 것이다. 커스텀화밸을 매번 찍어주기도 귀찮았고, 화밸카드는 꼭 필요할 때마다 내 손에, 주머니에, 가방에 없었다. 그래서 자주 사진을 찍게 되는 환경의 캘빈값을 외워서 쓰곤 했다. 물론 정확하게 맞지는 않았지만, 대충 후보정으로 맞출 수 있는 정도의 영역으로 맞춰놓으면 되니까. 프리셋 모드는...... '지금이 어떤 상황이지?' 하고 생각하기 귀찮아서(...), 혹은 지금 상황에 어떤 프리셋을 적용해야 맞을지를 잘 모르겠어서...... 거의 쓰지 않은 기능. 사실 d5d의 자동화밸은 그다지 정확하지는 않아서, 다양한 상황에 빠르고 간편하게 제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드라이브모드 버튼은 사실 거의 항상 연속촬영모드로 놓아둬서 버튼 누를 일이 없었지만, iso 버튼은 매우 유용했다. 노이즈와 블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감도 수치를 자주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d5d의 고감도 성능은 동시대의 동급 바디들과 비슷한, 그냥 평이한 정도 수준이었는데, 요즘이야 대부분 바디들이 iso 3200 정도의 감도는 고감도도 아니라는 느낌의 노이즈 억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저 당시만 해도, iso 800 정도 쓰는 것도 마음 크게 먹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후보정으로 노이즈 문지르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릴 정도로 작게 리사이즈하는 경우라면 1600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썼지만, 3200은 무슨 일이 있어도 써서는 안 되는 영역이었다. 개인적으로는 k100ds보다는 d5d가 약간 나았던 느낌이지만, k100ds는 내가 주로 사용했던 '브라이트모드'에서는 색이 '떡지는' 현상도 자주 나타나고, 노이즈도 좀 더 많았다. 아마 '내추럴모드'끼리 비교하면 거의 비슷할 것이다.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Shutter priority | Spot | 1/80sec | F/5.6 | -0.30 EV | 300.0mm | ISO-1600 | Off Compulsory | 2009:04:03 21:40:58

▲ iso 1600. 시그마 70-300. 리사이즈된 상태에서도 보이는 울긋불긋한 노이즈를 보라......


다만, 전원스위치는 대체 왜 저기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k100ds를 비롯한 펜탁스 dslr들은 전부 셔터를 전원부 레버가 감싸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오른손만으로 촬영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d5d는 항상 왼손을 필요로 한다. 이 디자인은 a380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되었는데, 지금 쓰는 a700 역시 전원스위치가 왼쪽 어깨에 붙어 있어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물론 전원을 끄지 않고 쓰면 되지만, 그 상태로 어깨에 매고 다니면 아이센서 때문에 자꾸 후면 LCD가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전력을 훌훌 말아드시기 때문에 좀 곤란하다. 이 전원스위치를 제외하면 d5d의 조작계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3. 수동 팝업 플래시


다른 기종들은 내장 플래시가 전부 버튼을 누르면 팝업되는 식이지만, d5d는 사용자가 손으로 들어올려줘야 한다. 촬영 자세에서도 간편하게 팝업할 수 있는데, 렌즈를 받쳐들고 있는 왼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튕겨주면 스스로의 탄성으로 올라간다. 소니는 알파마운트를 계승하면서 이 부분도 계승해서, a550/500이 나오기 전까지의 바디에는 플래시 팝업 버튼이 없었다. 사실 k100ds를 쓰면서 실수로 플래시 팝업 버튼을 눌러서 촬영 중에 닫아주느라 귀찮았던 경험이 몇 번 있어서, 손으로 직접 팝업하는 내장플래시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d5d는 몸체가 작아서 왼손 엄지로 플래시를 튕겨 팝업할 수 있었지만, a700은 몸체가 조금 커져서 그게 어렵다. 내장 플래시의 성능은 그냥 평범한 내장 플래시 그 자체.


4. 그립감


d5d를 처음 쥔 순간, 뭔가 '쫀득하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립감이 좋았다. 물론 보급기라 몸체 크기가 작고, 나는 성인 남성 중에서도 손이 큰 편이라 손가락이 좀 남기는 했지만, 오른손 중지에 걸리는 그립의 느낌은 매우 좋았다. 이 그립감은 이후 소니 바디 설계에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지금 쓰고 있는 a700 역시 그립감이 매우 좋다. k100ds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가끔 영상 촬영 때문에 친구에게 빌려 쓰는 오두막보다도 나은 것 같다. 그립감이 좋으면 일단 손에 단단하게 밀착이 되므로 촬영 중의 조작이 편하고, 손이 덜 피로하고......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무엇보다, 손에 카메라를 쥐었을 때 '기분이 좋다'는 것. 손에서 빠져버릴까 불안하지 않고, 괜히 힘을 더 줄 필요도 없고, 그냥 쥐고 있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카메라. 그리고 보급기 치고는 비교적 무거운 편이라, 보급기나 입문기를 쥐었을 때 가끔 느끼는 '경박스럽다'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


5. 전용 슈


이건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최악의 단점이다. 핫슈에 꽂는 흔한 장난감이나 액세서리도 변환슈를 갖추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6. 그 밖의 몇 가지 자잘한 특징들


- 감도 설정에서, hi 200과 low 80 설정이 있는데, hi 200은 명부를 살리는 촬영에, low 80은 암부를 살리는 촬영에 적합한 '영역 매칭' 기능. 요즘 바디들의 '다이나믹레인지 최적화'(이름은 기종마다 다를 것이다) 기능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low 80은 풍경 촬영에 몇 번 써봤음.

- af는 요즘 기준으로는 환장할 수준이다. 중앙 1점만 크로스인데다, 조금만 어둡거나 컨트라스트가 약하면 이것마저도 굉장히 버벅댄다. 위에 올린 카라 사진도 af 때문에 짜증이 난 나머지 mf로 돌려놓고 찍은 것. 다만 당대의 동급 바디들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 셔터 소리가 매우 날카롭다. 좋은 말로 하면 박력 있는 소리, 사실대로 말하자면 '시끄럽다'.


7. 총평


- 너무나 오래되어 이제는 중고 매물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보급기.

- 바디 내장 손떨림보정 기능은 양날의 칼. 특정 상황에서는 정말 유용한 기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카메라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 원인이 되었다.

- 쫀득한 그립감, 풍부한 조작계는 지금 기준으로도 훌륭함. 어깨만 보면 중급기인 a700이 더 초라해보임...

- 소니/미놀타 전용 슈를 죽입시다. 전용 슈는 나의 원수.


8. 샘플샷


사실 jpg로만 찍어서 샘플샷이 뭔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_-) 그냥 '이 사람은 이 카메라로 이런 사진을 찍었군' 하는 정도의 느낌으로만 보시길. 일단은 전부 무보정 리사이즈, 바디 세팅은 대체로 내추럴+.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7.1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09:01:18 16:16:19

▲ 번들렌즈. 산 지 며칠 안 됐을 때, 신나서 아무거나 찍던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200sec | F/10.0 | +0.70 EV | 18.0mm | ISO-80 | Off Compulsory | 2009:06:24 18:44:42

▲ 번들렌즈.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15sec | F/5.6 | 0.00 EV | 35.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09:07:11 20:53:57

▲ 번들렌즈. 왜 찍었는지는 모르겠음.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500sec | F/11.0 | +0.30 EV | 24.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09:08:10 11:36:30

▲ 번들렌즈. 무지개 구름이 신기해서.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sec | F/16.0 | +0.30 EV | 24.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09:09:09 19:22:02

▲ 미놀타 24-85. 구도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시절......(물론 지금도 전혀 모름)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00sec | F/5.6 | +0.70 EV | 300.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0:01:03 16:58:13

▲ 시그마 70-300.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250sec | F/14.0 | -0.30 EV | 210.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0:01:03 17:11:38

▲ 시그마 70-300. 화이트밸런스는 캘빈값 직접 입력. 아마도...(-_-)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20sec | F/9.0 | +1.00 EV | 26.0mm | ISO-3200 | Off Compulsory | 2010:02:08 15:30:30

▲ 미놀타 24-85. 처음부터 흑백으로 놓고 찍은 것임.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640sec | F/9.0 | +0.70 EV | 24.0mm | ISO-3200 | Off Compulsory | 2010:02:08 15:31:37

▲ 미놀타 24-85. 마찬가지.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000sec | F/3.5 | 0.00 EV | 24.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0:04:23 13:03:50

▲ 미놀타 24-85. a500 같이 틸트액정 라이브뷰 기능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20sec | F/11.0 | 0.00 EV | 24.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0:04:23 14:23:53

▲ 미놀타 24-85. 가로등 수직선에 맞추다 보니 바다 수평선이 어긋남.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50sec | F/11.0 | -0.30 EV | 60.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0:05:11 16:04:29

▲ 미놀타 24-85.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40sec | F/9.0 | -0.70 EV | 24.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0:06:21 20:10:51

▲ 미놀타 24-85. 이 때부터 d5d가 오늘내일 하기 시작함...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00sec | F/11.0 | 0.00 EV | 24.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0:06:25 12:02:09

▲ 미놀타 24-85.

KONICA MINOLTA | ALPHA SWEET DIGITAL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8sec | F/9.0 | 0.00 EV | 24.0mm | ISO-3200 | Off Compulsory | 2010:06:26 00:10:17

▲ 미놀타 24-85. 역시 처음부터 흑백으로 놓고 찍음.


다음엔 a700 사용기를......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쿨럭......

Posted by 세치 Trackback 0 :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