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을 앞둔 이 무렵엔 역시 연등이다. 마침 하늘도 파래서 색색깔 연등이 더 예뻐 보인다. 사실 하늘을 파랗게 유지하면서 연등 색도 살리려면 고속동조가 되는 플래시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e-m1에 쓸 수 있는 플래시가 내겐 한 대도 없어서 약간의 아쉬움을.

jpg에 i-Enhance 모드에서 다른 설정은 안 건드리고 찍었는데, 하늘색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약간 어두운 듯 진하게 표현되는 펜탁스(브라이트모드)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펜탁스가 전통적으로 언더측광 경향이 있는 거랑도 연관이 있는 것 같고. 이 차이를 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그냥 보면 느낌이 좀 다르다.

세로사진을 따로 리사이즈해야 맞는 건지, 가로축을 맞춰서 리사이즈해야 맞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종횡비가 종횡비라 세로사진이 아주 어색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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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E-m1+12-40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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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작성)


늦잠 자다가 기자회견에 늦어 못 간다는 내용의 요상한 꿈을 꾸고 일어났다. 아침부터 뭔가 싱숭생숭한 기분을 안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걸었다. 후문을 통해 걸어올라가는 길이 멀었다. 작년 12월에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총장실 점거농성 때에 비해 해발고도가 한 10미터 쯤은 더 높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걸어올라가는 길 중간 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김정도씨와 고명우씨였다. 김정도씨는 검은 바탕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푸른 글씨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문을 한 뭉텅이 들고 있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학교 안에서 부조리와 싸우고 있는 그 다운 코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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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셔츠에 적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문구가 선명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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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본관 앞은 한산했다. 본관 앞의 '팔정도'라 불리는 광장에서는 프리마켓 행사가 한창이었다. 기자회견을 저지하려는 학교 측의 특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기자회견을 구경하러, 혹은 연대하러 나와 있는 사람도 없었다.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도 없었다. 이것이, 한 대학교를 상대로 한 김정도씨의 외로운 싸움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플래카드는 펼쳐졌고, 하윤정 청년대선캠프 대변인을 비롯한 참가자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사회는 김정도씨와 절친한 친구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김재섭씨가 맡았다. 시작부터 말이 꼬이면서 뭔가 '미숙한 진행'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나름대로 매력 있는 진행이었다.


김정도씨가 동국대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은 것은 지난 1월. 당시 동국대측은 총장실 점거 과정에서 폭력행위와 기물파손 행위가 있었다며 김정도씨와 총학생회장 최장훈씨, 부총학생회장 조승연씨에게 퇴학 처분을 내리는 등 총 29명의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렸고, 2월 9일에는 김정도씨를 제외한 학생들의 징계 수준을 경감했다. 이후 7월 4일에 다시 상벌위원회를 열고, 무기정학 학생들의 정학을 해제하는 등 징계를 대부분 철회했다. 단 한 사람, 김정도씨에게 내려진 퇴학 처분만을 제외하고. 김정도씨는 당시 학교 측이 상벌위원회를 열면서 "진정으로 반성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징계 수위를 낮춰주겠다"고 회유한 것을 거부했다고 했다. 그는 상벌위원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며, 잘못은 학교 측이 하고 있다고 밝혀오던 터였다. 8월 28일에 법원은 김정도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퇴학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자 동국대는 퇴학 처분을 취소하고, 대신 무기 정학 처분을 다시 내리기로 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무시한 '이중징계'인 셈이다.


학교 측은 김정도씨에 대한 '표적 퇴학'에 대해, "지난 2년 동안의 행동을 참작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2년 동안에 김정도씨는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해 노조 결성을 도왔고, 민주노조 인정과 고용승계 보장을 위해 본관에서 농성을 했고, 등록금 투쟁 당시에 입학식 무대를 점거했고,학생휴게실을 철거하고 커피숍을 들이려는 학교에 맞서 농성하며 공간을 지켜냈고, 그리고 본관 점거농성과 본관 앞 천막농성을 벌였다. 학교 측이 참작했다는 '지난 2년 동안의 활동'은 아마도 이것들을 모두 종합한 것일 것이다.


동국대는 2011년에 학과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학과 구조조정안에는 윤리문화학과, 북한학과, 문예창작학과 등의 '비인기 학과'들을 통폐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나 해당 학과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배제됐다. 학과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대학가를 휩쓸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취업률 제고 등을 내세우면서 '부실대학' 낙인을 찍어대기 시작했고, '대학 자율화'라는, 이름은 꽤 좋아보이지만 실상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묶어두었던 것들을 아낌없이 풀어제치는, 그런 정책들을 밀고 나왔다. 국립대는 법인화, 사립대는 자율화, 이렇게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교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체제 속으로 급속하게 편입됐다. 작년 5월에는 서울대에서 법인화 정책에 항의하는 본관 점거행동이 있었다. 총장실에서 중간고사 공부를 하는 '공부 시위', 독립 음악가들을 초청해 한바탕 벌인 '본부스탁' 등이 이 때 이루어졌다. 동국대의 총장실 점거 농성도 비슷한 맥락이었고, 최근에 일어난 국민대 본관 진입 행동, 카이스트에서의 총장 반대 행동들도 비슷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흐름은 바로 '교육 공공성'이었다. 교육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말라는 저항이었다.


하지만 '교육 공공성' 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김정도씨의 투쟁은 단지 '교육 공공성' 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홍익대에서 학내 노동자들의 휴게실이 돌연 폐쇄된 일이 있었다. 그 전에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기나긴 투쟁이 있었다. 전주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외대 등 수많은 학교에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 지난 4월 총선에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나왔던 김순자씨는 울산과학대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학내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예비 노동자'인 대학생 입장에서, 그냥 눈 감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 측이 이를 달가와할 리는 물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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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총학생회장 고명우씨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고명우씨는 최근에 청년대선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국면에 직접 참여하자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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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이 학교의 '정의'이고 '자비'입니까?"


고명우씨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는 "대체 이 학교가 뭐 하는 학교인가 찾아봤다. 학교 건학이념에는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한다'라고 되어 있다.", "학생을 표적퇴학시키고 농성장을 때려부수는 그런 것이 이 학교의 '정의'이고 이런 것이 불교의 '자비'인가?"라며 동국대 측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그것이 동국대 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국민대 등을 휩쓴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의 문제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김정도씨의 아버지였다. 빗방울이 추적추적 떨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그는 "법사가 되라고 동국대에 보냈더니 정도가 법사가 아니라 투사가 돼 있더라"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가 김정도씨를 '투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겨울에 있었던 천막농성 때였다고 했다. 용역인지 교직원인지 모를 사람이 농성장을 때려 부수더라, 정도의 멱살을 잡더라, 그런데 정도가 아무 저항 없이 참고 있더라, 그래서 믿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가 밝힌, 그가 김정도씨의 지지자가 된 경위다. 청소노동자와 연대해 노조 결성을 돕는 모습을 보며 아들의 '창의적인' 운동들을 바라보며 부채감을 느꼈다는 그는, 어떻게 학교가 학생을 포기할 수 있느냐며 동국대 측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의 발언의 마지막 문장은, "더 이상 길어지면 험한 말이 나올 것 같네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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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사가 되라고 동국대 보냈더니, 끝은 같은 '사'자인, 투사가 됐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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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에 보이는 사람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에 계속해서 기자회견장을 주시하고 있던 교직원들 및 용역업체 직원.


"우리가 지지한다! 이중 징계 철회하라!",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 대학 구조조정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다 같이 외치고, 이번에는 김정도씨가 발언했다. 총장실 점거 이전에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돕고 그 활동에 연대해왔다며, 이런 점들이 못마땅한 학교측이 여는 상벌위원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전에 동국대 측이 학생들의 징계를 해제할 때 김정도씨만 빼놓은 것을 두고, 그가 상벌위원회에 아무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참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했던 것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분명히 서면으로 입장표명을 했으니 학교 측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공부나 해라

이것이 김정도씨에게 학교 측이 한 말이었다. 얌전히 공부만 하면 징계를 풀어주겠다, 학교는 학생을 이렇게 회유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공부를 못하게 해놓고 공부하라는 것은 기만"이라고. 그리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 투쟁이 혼자만의 투쟁이었다면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투쟁은 혼자만의 투쟁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라고 했다. 이런 식의 상벌위원회는 인정할 수 없고, 정 상벌위원회를 열어야겠다면 자신에게 상을 달라, 이것은 벌을 받을 일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그 시각이 바로 재심 상벌위원회가 열리는, 다시 말해 김정도씨에게 무기 정학 처분을 내리려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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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도씨 발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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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도씨가 발언하는 중에, 뒤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교직원들의, 포커스아웃된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초상권 있으니 찍지 말라", "씨x놈" 등의 말로 필자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들은 명백히 공개된 기자회견 장소에서 명백히 기자회견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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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선언문 낭독 중. 공동선언문 낭독 차례 즈음에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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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대학 기업화, 대학 구조조정 중단하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공동성명서를 한 문단씩 나눠 읽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김정도씨는 기자들이 많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못내 아쉬운 듯했다. 하지만 그가 고집을 꺾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투쟁을 계속하는 그는 승리할 수 있을까. 기자회견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페이스북에 쌍용자동차 청문회 관련 내용을 올렸다. 그의 아버지가 본 대로, '투사'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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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작성)


‘저항’을 무슨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저항하는 이’는 ‘우리’와는 동떨어진 집단이었고, 나는 그것을 외면하기에 바빴다. 내게 그들은 도시의 평화를 해치는 자들이었고, 무서운 이들이었다. 그러나 곧 내 혀와 뇌가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내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들어 도시를 바라볼 때, ‘저항’은 누구에게나 절박한 것이었고, 바로 ‘우리’의 싸움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뉴타운간첩파티’,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동국대 본관 점거농성’, 그리고 한미 FTA에 반대하는 집회 현장 등을 뛰어 다니며 ‘말할 자유’를 외치는 현장을 담았다. 내가 담은 것은 객체화된 ‘타자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 ‘우리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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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좀 들어라" 12월 9일, 동국대 본관 앞. 동국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5일부터 본관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그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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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쇄" 12월 3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 당국은 광화문 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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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12월 10일, 보신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국가보안법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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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함께" 12월 5일, 동국대 본관 총장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반발해 총장실을 점거했다. 한 학생이 ‘끝까지 함께 가자’라는 문구를 벽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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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 12월 3일, 국가보안법에 항의하는 ‘뉴타운 간첩파티’에 전시된 전시물을 지나가던 이가 보고 있다. 전시물 속 빨간 옷 입은 이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박정근으로, 160여 명에 달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그의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고 “나도 박정근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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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종 데트르" 12월 3일 ‘뉴타운 간첩파티’ 전시물 뒤로 경찰 대오가 지나간다. 내 혀와 뇌의 ‘레종 데트르’는 무엇일까? 나는 정말 ‘나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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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성" 12월 10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유치환, '깃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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