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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새벽 5시 30분경, 대한문 앞에 차려져 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에 불이 나, 분향소 천막이 전부 타버렸다. 불이 날까봐 그 추운 날에도 난로 켜놓고 자는 일이 없고, 분향소의 촛불은 안전하게 커버를 씌워두는 등, 실화의 요소도 거의 없던 곳이었다. 경찰 측은 방화로 추정하고, 50대의 용의자를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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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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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를 닮은 서울시청 건물의 파도가 대한문을 덮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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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되었다가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24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애초에 이 분향소 자체가 경찰 폭력을 고발하고 저항하는 의미에서 세워진 것인데, 불에 타버린 이곳을, 경찰이 수사한다. 폴리스 라인 쳐놓고. 뭔가 모양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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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온, 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래퍼가 문화제에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랩송 두 곡을 무반주로 불렀다. 이곳에 어제 왔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불에 타버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노동자들과 함께 힘내서 투쟁했으면 한다, 하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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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중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 2012년에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1일을 단식한 끝에 병원에 실려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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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마음을 담아내는 흰 꽃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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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천막이 재건되고 있다.


천막 재건 중, 중구청에서 공무원들이 몰려왔다. 그들 중 한 명은, "천막이 거기에 있었으니까 불이 났지"라며, 화재의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위에 있던 몇 명이 격분해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 논리라면, 2008년에 전소된 숭례문 역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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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몰려왔다...... 한참 대치하다가, 중구청 직원들과 경찰들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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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 다시 향내가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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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는, 다른 거창한 원하는 것 없이, 단지 '함께 살고 싶었던' 자들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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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작성)


‘저항’을 무슨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저항하는 이’는 ‘우리’와는 동떨어진 집단이었고, 나는 그것을 외면하기에 바빴다. 내게 그들은 도시의 평화를 해치는 자들이었고, 무서운 이들이었다. 그러나 곧 내 혀와 뇌가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내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들어 도시를 바라볼 때, ‘저항’은 누구에게나 절박한 것이었고, 바로 ‘우리’의 싸움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뉴타운간첩파티’,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동국대 본관 점거농성’, 그리고 한미 FTA에 반대하는 집회 현장 등을 뛰어 다니며 ‘말할 자유’를 외치는 현장을 담았다. 내가 담은 것은 객체화된 ‘타자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 ‘우리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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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좀 들어라" 12월 9일, 동국대 본관 앞. 동국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5일부터 본관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그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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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쇄" 12월 3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 당국은 광화문 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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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12월 10일, 보신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국가보안법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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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함께" 12월 5일, 동국대 본관 총장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반발해 총장실을 점거했다. 한 학생이 ‘끝까지 함께 가자’라는 문구를 벽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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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 12월 3일, 국가보안법에 항의하는 ‘뉴타운 간첩파티’에 전시된 전시물을 지나가던 이가 보고 있다. 전시물 속 빨간 옷 입은 이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박정근으로, 160여 명에 달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그의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고 “나도 박정근이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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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종 데트르" 12월 3일 ‘뉴타운 간첩파티’ 전시물 뒤로 경찰 대오가 지나간다. 내 혀와 뇌의 ‘레종 데트르’는 무엇일까? 나는 정말 ‘나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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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성" 12월 10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유치환, '깃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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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 2011년 12월 초, 서울의 기록  (0) 20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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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작성)

작년 9월, 박정근이라는 이름의 한 사진가(라고 쓰고 ‘트위터 명망가’라고 읽는다. 아니, ‘망명가’인가?)는 갑자기 트위터에 지금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관과 집에 경찰들이 몰려와 압수수색을 하고 있으며, 자신은 피씨방으로 피신해 몰래 이 글을 쓰고 있다, 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시 그를 팔로우하고 있지 않던 나는 한참 뒤에, 리트윗된 것들을 보다가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뭐가 뭔지,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지켜보며, 이곳저곳의 정보를 취합해보며 겨우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죄목은, 어처구니 없게도,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아아, 국가보안법이라니, 내가 느낀 감정은, 뭔가 7080 스타일 복고풍 배바지 패션을 강의실에서 본 것과 비슷하달까, 한 기분이었다. 아, 세상에! 그러나 또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경찰이 사진관과 집을 탈탈 털어 압수한 물품들 중에는 ‘오답 승리의 희망’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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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수물품 목록. 오답승리의희망 제10호가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전에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전부터 국가보안법의 폐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연히,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이겠거니, 생각했다. 물론 요즘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은 있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던 ‘무슨무슨 간첩단’ 사건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왕재산 간첩단 사건’과 같은 일들은, 국가보안법이 아직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그 어처구니없는 사건 소식들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바보처럼, 그런 사건들은 뭔가 북한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거 아닌가, 하고만 생각했고, 나 같이 별 거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소시민들과는 별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국가보안법은 1907년에 통감부가 조선인들의 자강운동이나 독립운동을 봉쇄할 목적으로 대한제국 정부에 강요해 제정하게 한 ‘조선통감부 보안법’이 그 시초다. 언론의 자유를 송두리째 박탈한 ‘신문지법’과 함께 조선인들을 억압한 대표적인 법이었는데, 대한 자강회와 같은 수많은 조선인 단체들이 이 법의 철퇴를 맞고 해체됐다. 3·1 운동도 보안법에 의해 강력한 탄압을 받았는데, 유관순 열사의 죽음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다. 1925년에 제정된 치안유지법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었다. 일본에서 처음 제정되어 조선에도 적용된 이 법은,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의 상황에 찬동하지 않는 모든 이를 ‘반체제주의자’로 몰아 형무소에 가두거나 사형시키는 데 이용되었다.


치안유지법은 해방 직후에 폐지됐지만, 한국에서는 곧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이것은 당시에는 농민, 서민층에서 널리 유행하던 사회주의 계열의 사상을 탄압하는 데 쓰였고, 군부 집권 시기에는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17대 국회에서 거대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고 당 내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묻히고 말았다. 오히려 참여정부 기간에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아마 별로 폐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국가보안법 제1조 1항)라는 미명 하에, 정권에 조금만 거슬려도 잡아넣을 수 있으니,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얼마나 편리한가!


박정근은 대체 무엇을 잘못해서 압수수색을 받았던 걸까? 경찰 측에서는 “북한 관련 트위터를 리트윗하는 등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점 등 국가보안법 위반에 혐의를 두고 압수수색했다”(한겨레, 2011년 9월 23일 보도)라고 밝혔는데, 박정근이 한 것이라곤 북한의 대외 선전용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가 올리는 별 쓸데없는 내용들을 리트윗하고, “장군님 만세!”와 같은 트윗을 몇 번 했던 게 전부였다. 누가 봐도 그것은 농담이거나 조롱이었고,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로, ‘누가 봐도’ 그랬다. 그랬기에 그가 압수수색을 받고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그 상황에서도, 사실 그게 실제로 구속이나 실형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그저 거기서 끝나겠거니,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고, 박정근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압수수색 이후로 그는 몇 번의 경찰 조사를 받았고, 여전히 북한과 관련된 농담을 했고, 오히려 더 강력하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고,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국가보안법을 조롱하고 폐지를 요구하는 행사 ‘뉴타운 간첩파티’를 열었다. 12월 3일에 백여 명의 간첩(?)들이 모여서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고 “김정일 만세”, “장군님 만세”를 외쳤다. 물론 그 김정일은 어느 기업인 ‘김정일’씨, 장군님은 ‘이순신 장군님’이었다.


“나도 박정근이다!”를 외치며 박정근의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시 자신의 원래 사진으로 돌아갔고, 박정근은 트위터로 여전히 신나게 떠들었고, 연말을 장식했던 서울 학생인권조례 문제, 동국대 구조조정 문제 등이 새롭게 타임라인을 덮었고, 박정근에 대한 추가 조사도 없었고, 그렇게 해가 바뀌었다. 일은 이렇게 슬금슬금 묻히는 듯했다. 아니었다. 2012년 1월 10일, 난데없이 그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니 법원에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구속영장에 적힌 ‘범죄사실의 요지’ 부분이 또 그렇게 멋들어진 명문이었다.


피의자는 2010. 3. 21. 트위터에 'seouldecadence' 라는 아이디로 계정을 개설하여 북한 조평통에서 체제 선전,선동을 위하여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등에 접속 이적표현물 384건을 취득,반포하고, 북한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글 200건을 작성 팔로워들에게 반포하였으며, 학습을 위하여 이적표현물인 북한 원전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을 취득 보관함.


여기서 말하는 ‘이적표현물’이라 함은 트윗을 말하는 것이고, 작성, 반포했다는 글 200여 건은 그가 작성한 트윗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이라는 책이 얼마나 대단한 책인가 하고 구글에서 검색해봤더니, 딱 하고 바로 나온다. 사회 과학 출판사에서 발행했고, 1985년에 발간됐으며, 총 259페이지로 되어 있단다. ‘자주 나오는 단어 및 구문’도 정리돼 있고, 심지어 관련도서들은 물론 키워드를 넣으면 본문 어디에 쓰였는지 검색도 해준다! 좀 더 검색해보니 헌책방에서도 거래되고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대학 도서관에도 있는 책이란다! 하기야, 오승희도 이적표현물로 의심 받아 압수됐던 물품 중 하나였으니, 이적표현물이라는 표현이 뭐 그리 대단해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 와중에도, 솔직히, 구속영장은 기각되고 박정근은 다시 별 일 없이 트위터를 계속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박정근 본인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 7시 무렵,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그는 그 길로 곧장 구속됐다.


그는 평소에 북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고, 트위터에서도 북한과 관련된 농담과 함께 북한 체제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트윗을 자주 올렸다. 도대체 아무리 봐도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었다. 그는 “이건 무슨 의도로 쓴 거냐”라고 묻는 경찰에게 “농담이었다”, “장난이었다”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고 했다. 평양냉면을 예찬하고, 평양 현지의 맛을 궁금해하는 트윗이 대체 어떻게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단 말인가? 그 정도로 위태로울 국가 안전이라면 우리 나라는 진작에 골백번도 더 망했어야 맞는 것 아닌가?


물론 정말로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 이를테면 국가기밀을 수집해 팔아넘긴다거나 하는 행위를 한 경우라면 당연히 잘못된 것이고 처벌받아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단순히 몇 마디 말을 했다고 해서 처벌한다는 것이, 헌법에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나라에서 온당한 일인가? 고작 몇 마디의 말이 국가의 존립에 큰 위해를 가할 수 있는가? 당장 국가보안법 제1조 2항만 봐도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조항, 지켜지고 있나?


어떤 이들은 “분단국가라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은 조용히 잘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라며, 국가보안법은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모든 인권 침해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바로 알고 대응하는 데에 지장을 주어 국가안보에 방해가 된다”라는 주장도 있다. 국가정보원이라는 조직이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조선중앙방송의 보도를 통해서야 겨우 알았다는 현실에서, 국가보안법이 수호한다는 안보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또한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문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다. 이를테면, “모든 여성들은 치마를 입어야만 한다”라는 법이 제정됐다고 치자. 원래 치마를 즐겨 입던 사람들이라면 별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법이 악법이 아닌 것이 되나? 치마와 바지를 골라 입을 자유는 어디로 간 것인가?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당장 트위터만 해도, 이제는 정말 별 거 안 해도 구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트위터러들을 옥죄어 자기검열을 강요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이야기는 아니지만, 필자는 2007년 대선 직전에 인터넷에 제목은 “ㅇㅁㅂ = 단세포”, 내용은 “아메바는 단세포 생물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서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후, 선거 때 까지는 인터넷에 어떤 글도 쓰지 않겠노라, 라고 마음먹었다. 아메바의 2차 습격이 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표현의 자유는 이렇게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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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3일, 대한문 앞. '뉴타운 간첩파티'에서.


얼마 전에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십년 동안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송씨 일가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뒤이어 국가가 그들에게 11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국가보안법은 이렇게 ‘국가안보 수호’라는 명분 아래, 개인들의 삶을 파괴한다. 박정근 역시 압수수색 이후 불면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성 장애를 호소했고, 자신의 사진관과 방에 가는 것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구속되어 있는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삶을 이렇게 파괴하는 법이 존재하는 것이 온당한가? 일찍이 김수영 시인은 “김일성만세”라는 시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치 않는, 우리 나라가 채택하고 있다는 ‘자유민주주의’의 모순을 이야기했다. 김수영의 그 시를 인용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다시 한 번 외쳐본다. 그리고 오승희, 이적표현물 아니에요. 좀 불순하긴 해도…….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 밖에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 밖에


- 김수영, 196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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