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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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4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문과학관에 붙은 대자보.


한국외대의 일방통행 행정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10월 24일, 한국외대 영어대학 학생회장 명의로 된 대자보가 붙었다. 한국외대가 교육과학기술부 권고사항인 본분교 통폐합에 따른 학과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시도하면서, 학생들과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대자보에 따르면, 학교 측은 1학기 말에 학생들과 논의된 안을 기각하고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통보를 지난 19일에 해왔으며, 덧붙여 새로운 안 제출의 시한을 25일까지로 못박아두었다고 한다. 학교 측의 안에 따르면, 영어대학 전체가 '영어학부'라는 단일학부 체제 내에서 다시 '영어전공'이라는 단일 전공으로 통폐합되어야 한다. 현재 영어대학 내에는 영어학과, 영문학과, 영어통번역학과가 존재하며, 각 학과마다 전문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어대학 학생들은 이 통보에 반발해 24일부터 인문과학관 앞 분수대에서 '공부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쪽지를 모아 학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본분교 통폐합은 한국외대의 해묵은 이슈 중 하나다. 2011년에는 박원 당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임원 여러 명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본분교 통폐합 추진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그 해 10월 26일에 열린 비상총회에는 무려 1568명이 모였다. 비록 학벌주의에 편승하거나 조장하는, 혹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는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사 행정 추진에 반발해 학생들이 모였고, 또 총장실 점거에까지 나서는 등 집단행동을 보인 것은 분명히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결국 학생회는 본분교 통폐합, 복수전공 문제, 동아리방 이전 및 시설 리모델링 문제, 총학생회 교비 문제 등에 대한 학교 측의 답을 얻어냈다. 한국외대는 '학생들과 협의하여' 본분교 통폐합을 진행시키기로 했고, 총학생회 교비에 대해서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이 인하되더라도 교비가 깎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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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4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문과학관 앞. 학교 측의 일방적 행정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중간고사 기간 다운(?) '공부시위'를 벌이고 있다.


본분교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영어대학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학교 측이 영어통번역학과를 '영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바꾸려다가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내린 본분교 통폐합 지침에, 캠퍼스 간에 중복되는 학과가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외대에는 서울캠퍼스(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동)와 글로벌캠퍼스(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가 있고, 영어통번역학과는 양 캠퍼스에 모두 하나씩 존재한다. 이 때문에 본분교 통폐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두 캠퍼스 중 한 곳의 '영어통번역학과'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한국외대는 지금까지, 본분교 통폐합을 위한 학사개편안을 교과부에 제출했다가 무려 5번이나 반려당했다. 학교 측으로서는, 본분교 통폐합을 빨리 매듭짓지 않으면 양 캠퍼스를 각각 분리된 학교로 두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종합대학'에서 '중소대학'으로 분류가 바뀌고,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도 40억 가량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10월 26일에 있었던 비상 총회에서 총학생회가 내세운 것은 "'학생 동의 없는' 본분교 통폐합 반대"였다. 본분교 통폐합이라는 의제 자체, 혹은 이 의제가 다루어지는 방식(학벌주의, 배타성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적어도 학교 측이 하는 것처럼 '일방적인'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다수가 공유하고 있던 것이다. 학교 측의 이런 일방통행적 흐름은 최근에 있었던 주점 금지 사건, 하반기 축제 교비 미지급 사건 등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영어대학 학사 구조조정 문제는 이런 흐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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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4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문과학관 앞. 학회 '비타 악티바'가 긴급히 만들어 붙인 연대 대자보.


영어대학 측은 일단 구조조정안 제출기한인 25일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쪽지들을 함께 제출하고, 27일까지 '공부시위' 행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단위 학생회나 학회에서도 대자보를 써 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연대행동에 나서고 있다. 학교 측은 주점 문제, 축제 교비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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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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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 한국외대 본관 앞. 일본어대학 학생회 소속이라고 밝힌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10월 4일 오전 10시에 한국외국어대 본관 앞에서, 주점 설치 금지를 골자로 하는 학교 측의 '교내 음주문화 개선 선언'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총학생회를 비롯해 각 단과대학, 학회 등 학교 내의 많은 단위에서 모인 30여 명의 학생들은 지난 9월 24일에 학교 측이 발표한 '교내 음주문화 개선 선언문'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그 동안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던 본분교 통폐합, 이중전공 문제, 자곡동 학교 부지 처리 문제, 비전임교수 처우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목소리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상징하는 듯한, 다양한 언어로 된 손팻말들이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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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본관 앞.


9월 24일, 한국외대는 '교내 음주문화 개선 선언문'을 발표했다. 교무위원 및 학과장 일동의 명의로 된 이 선언문은, "주폭 및 무분별한 음주행위로 인한 사고"에 우려를 표하며 △캠퍼스 내 주점 설치 불허, △학교 구성원의 잘못된 음주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 △캠퍼스 내의 각종 행사 등으로 인한 소음을 사전에 막아 면학분위기를 조성할 것을 내세웠다. 이 선언문은 외대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전달됐으며, 이틀 뒤에는 학교 이곳저곳에 대자보 형태로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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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대 학생식당에 붙은 '음주문화 개선 선언문'.


그러나 이 선언이 단지 일방적인 '선언'일 뿐, 학생들과의 어떤 협의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위정섭 서양어대 학생회장은, "우리는 술을 못 마신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학교 측의 행태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어떤 협의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선언이 나왔음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학교 측의 우려를 학생 사회에서도 인지하고 있었으며 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학교 측의 이번 조치가 부당함을 알렸다.


금지가 남발되고 있다. 지난 달, 보건복지부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음주 및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이전, 18대 국회 때에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국회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 온라인 게임 이용을 원천 금지하는 '셧다운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규제 대상을 모바일 기기, 태블릿PC용 게임에도 확대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애니팡'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오해 섞인 반발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성균관대에서는 학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이 위력을 떨치고 있고, 성공회대에서는 이정구 신임 총장이 대자보판을 새로 설치해달라는 요구를 묵살해 학생들이 이에 반발해 대자보판 만들기 퍼포먼스를 벌였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학내 노동자에 연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지속적으로 철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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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9일 성공회대 새천년관 앞. 한 학생이 대자보판에 못을 박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저녁, 서울특별시 종로구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서는 보건복지부의 '금주령'에 반대하는 '음주 시위'가 있었다. '청년대선캠프'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모여 항의 발언을 하며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이색 시위였다. 박정훈씨는 "이렇게 금지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치를 탄압하려는 것 아닙니까? 성균관대에서는 정치활동도 금지한다던데. 이게 국민건강증진법인데, 정 학생들의 건강이 걱정이 되면 무상의료를 하던가."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시위에 대해서 경찰과 경비 업체 측이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위는 여러 매체를 탔고, 주목을 받았고,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끌었다. 이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고작 술 마시게 해달라고 시위라니?" 정도였다. 그리고 절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한국외대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교내 주점설치를 불허하겠다는 선언문을 내놓으며, 언론을 통해, 주점을 설치한 단위에 대해 장학금 삭감 등의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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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5일 보건복지부 앞 음주시위 모습.


학생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정말 "술 마시게 해주세요!"에서 끝나는 것이었을까? 엄밀히 따져 내려가보면, 술은 단지 하나의 소재일 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8월 31일에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 목록을 발표했고, 이 명단 속의 학교들은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을 받았다. 교과부의 부실대학 선정 기준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인데, 이 때문에 대학들이 취업에 불리한 학과들을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줄이는 등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동국대에서는 북한학과, 문예창작학과 등을 통폐합하는 등의 구조조정에 반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본관 앞에서 텐트농성을 벌이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몇몇 학생들이 징계를 받았다.("정도씨, 팔정도 앞에서 교육의 정도를 말하다" 참조)


대학의 사활이 취업률에 걸려있다보니, 학교들은 학문을 포기하고, 학생을 독려해 취업하게 만드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당장 성공회대에서는 이정구 총장이 새로 취임하자마자 동아리들을 통폐합하고 '취업에 도움 되는' 동아리들을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청년대선캠프 하윤정 대변인은 청년대선캠프 설립 총회에서 '대학내일'에 실린 "개나 소가 되는 데도 수천이 든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며, "매일 아침 토익학원 다니고 있는데, 이렇게 사는 삶이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인형의 삶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취업에만 매몰되기 시작하면, '취업에 도움되지 않는' 것들은 전부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만다. 지금의 '금지주의'가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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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정섭 서양어대 학생회장. "우리는 술을 못 마신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학교 측의 행태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위정섭 서양어대 학생회장의 발언이 끝나고, 양유진 중국어대 학생회장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는 "학교가 남발하는 비민주적 규제에 반대한다. 학생들의 자치활동은 학교가 간섭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주폭 문제, 면학 분위기 운운하지만, 학교에서 공부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비싼 등록금, 낡은 도서관,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현실이다."라며 '면학 분위기'라는 단어가 기만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어대 학생회에 소속된 김선이 학우는, 학교가 교과부의 대학 평가항목 중 전임교수 충원률을 맞추기 위해 비전임교수 수업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비전임교수의 생계는 물론 학생들의 수업권도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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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유진 중국어대 학생회장. "학교는 면학 분위기 운운하지만 학교에서 공부하기 힘든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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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대 김선이 학우. "비전임교수를 줄이는 조치가 있었는데, 이는 비전임교수의 생계와 학생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교과부의 대학 평가항목은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환원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장학금 지급률, 상환율, 등록금 부담완화 등 모두 8개(한국대학신문, [시론]부실대학 선정 평가와 대학의 자율)였다. 한국외대는 재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전임교원 확보율, 그 중에서도 전임교원 수업비율에서 문제가 있었다. 전체 수업 중에서 전임교원이 진행해야 하는 수업의 비율을 기준에 맞춰야 했는데, 사실 전임교원을 확보하는 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한국외대는 그 특성상 외국어나 지역학 관련 강의가 많은데, 소수어과의 경우에는 더욱 전임교원 확충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교과부의 기준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었고, 외대 측에서는 결국 '비율'만 맞출 요량으로, 비전임교원 수업을 줄였다. 그 결과는 '수강신청 대란'과 '콩나물 강의실'로 나타났다. 사실상 학생들의 학습권이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었다.


조봉균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는 학교 측이 최근 플래카드, 대자보 등을 규제하고 게시판을 축소해온 것과 함께 주점을 금지한 것에 대해 '비민주적 조치'로 규정하고, "말이 면학 분위기지 학교 측이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라며 이중전공 문제, 복수전공 문제를 들며 학교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취업률'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상황, 경제위기나 청년실업 문제들이 왜 학생들의 책임으로 전가되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지 주점 금지 같은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독재에 대한 저항과 외대의 '제2건학' 이야기를 언급하며, "이런 탄압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함께 논의하고 토론해서 학생 자치를 살려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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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봉균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이어 러시아어과 새내기 과대표가 마이크를 넘겨받아 선언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면학 분위기 조성', '음주 관행'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에 조목조목 반박한 뒤, "무엇보다 심각한 건 학우들과 일절 상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는 학생자치권을 탄압하는 것으로, 총장 권력이 너무 남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되면 학교가 학원이 아니고 무엇입니까?"라고 말해, 대학교의 본질을 따졌다. 학회 '비타악티바'의 김태호 회장은 "학교 측의 지독한 권위주의"라고 말하며 학교 측의 일방적인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려 했으나, 긴장 때문인지 발언을 끝내지 못했다.(그는 후에, 원래는 학교 측의 소통 없는 일방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설령 진정 음주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였다면, 이런 식의 통보가 아닌 학교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학생과 함께 공유할 논의의 장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이 학교의 일방적인 규제적, 규율적인 조치를 ‘대학생의 특권’을 막고 있다고 프레임을 잡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학교라는 한 사회, 공동체 내의 학생이라는 구성원이 온전히 주체로 자리 잡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대학생의 특권'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학생이 학교 내에서 진정한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논의가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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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어과 새내기 대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학우들과 일절 상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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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비타악티바' 학회장. "지독한 권위주의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상혁 총학생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학교 측이 자치활동을 지속적으로 탄압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6일에 있었던 학생 총회에 대한 교비 지원이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당장 다음주에 치러내야 할 축제 교비 또한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뒤, 주점 금지 조치는 이러한 학생자치 탄압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회 등 단위에서 주점 금지 조치를 '학생자치 탄압'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주점이 학생 단위 운영에 있어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주점은 단위의 학우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중 하나고, 이를 통해서 학생회의 사업이나 학내외 여러 이슈들에 대한 홍보가 가능하다. 특히 주점을 통해서 얻어지는 수익은, 언제나 경제적으로 목말라 있는 학생 단위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학교 측이 학생 단위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교비 지원을 늦추는 식으로 '돈'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2011년 하반기 축제 역시 학교 측의 교비 지원이 늦어지면서 결국 기아자동차, 두타 등의 후원을 얻어 간신히 치러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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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혁 총학생회장. "학교 측의 징계 시도나 장학금 삭감 시도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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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어와 인도어로 된 손팻말.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점 금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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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대의 또다른 이슈 중에는 '자곡동 부지' 관련 문제도 있다. 학교 측은 과거에 등록금으로 구매한 자곡동 부지를 판매하면서 720억을 얻었으나, 이것을 학생들에게 재투자하지 않고 송도 캠퍼스를 짓는 데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학생들과 마찰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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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 언어인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라틴과 노르만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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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위정섭 서양어대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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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양수민 글로벌경영대학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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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박수!


참가자들은 이어 회견문을 낭독하고, 함께 구호를 외친 뒤 기자회견을 마쳤다. "학생 자치권 탄압하는 주점 금지 백지화하라", "학생들의 힘으로 민주 외대 지켜내자"라는 구호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10월의 아침 하늘에 울려퍼졌다. 이 목소리들이 교수들, 총장의 귀에는 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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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작성)


늦잠 자다가 기자회견에 늦어 못 간다는 내용의 요상한 꿈을 꾸고 일어났다. 아침부터 뭔가 싱숭생숭한 기분을 안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걸었다. 후문을 통해 걸어올라가는 길이 멀었다. 작년 12월에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총장실 점거농성 때에 비해 해발고도가 한 10미터 쯤은 더 높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걸어올라가는 길 중간 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김정도씨와 고명우씨였다. 김정도씨는 검은 바탕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푸른 글씨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문을 한 뭉텅이 들고 있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학교 안에서 부조리와 싸우고 있는 그 다운 코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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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셔츠에 적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문구가 선명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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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본관 앞은 한산했다. 본관 앞의 '팔정도'라 불리는 광장에서는 프리마켓 행사가 한창이었다. 기자회견을 저지하려는 학교 측의 특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기자회견을 구경하러, 혹은 연대하러 나와 있는 사람도 없었다.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도 없었다. 이것이, 한 대학교를 상대로 한 김정도씨의 외로운 싸움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플래카드는 펼쳐졌고, 하윤정 청년대선캠프 대변인을 비롯한 참가자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사회는 김정도씨와 절친한 친구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김재섭씨가 맡았다. 시작부터 말이 꼬이면서 뭔가 '미숙한 진행'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나름대로 매력 있는 진행이었다.


김정도씨가 동국대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은 것은 지난 1월. 당시 동국대측은 총장실 점거 과정에서 폭력행위와 기물파손 행위가 있었다며 김정도씨와 총학생회장 최장훈씨, 부총학생회장 조승연씨에게 퇴학 처분을 내리는 등 총 29명의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렸고, 2월 9일에는 김정도씨를 제외한 학생들의 징계 수준을 경감했다. 이후 7월 4일에 다시 상벌위원회를 열고, 무기정학 학생들의 정학을 해제하는 등 징계를 대부분 철회했다. 단 한 사람, 김정도씨에게 내려진 퇴학 처분만을 제외하고. 김정도씨는 당시 학교 측이 상벌위원회를 열면서 "진정으로 반성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징계 수위를 낮춰주겠다"고 회유한 것을 거부했다고 했다. 그는 상벌위원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며, 잘못은 학교 측이 하고 있다고 밝혀오던 터였다. 8월 28일에 법원은 김정도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퇴학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자 동국대는 퇴학 처분을 취소하고, 대신 무기 정학 처분을 다시 내리기로 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무시한 '이중징계'인 셈이다.


학교 측은 김정도씨에 대한 '표적 퇴학'에 대해, "지난 2년 동안의 행동을 참작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2년 동안에 김정도씨는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해 노조 결성을 도왔고, 민주노조 인정과 고용승계 보장을 위해 본관에서 농성을 했고, 등록금 투쟁 당시에 입학식 무대를 점거했고,학생휴게실을 철거하고 커피숍을 들이려는 학교에 맞서 농성하며 공간을 지켜냈고, 그리고 본관 점거농성과 본관 앞 천막농성을 벌였다. 학교 측이 참작했다는 '지난 2년 동안의 활동'은 아마도 이것들을 모두 종합한 것일 것이다.


동국대는 2011년에 학과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학과 구조조정안에는 윤리문화학과, 북한학과, 문예창작학과 등의 '비인기 학과'들을 통폐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나 해당 학과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배제됐다. 학과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대학가를 휩쓸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취업률 제고 등을 내세우면서 '부실대학' 낙인을 찍어대기 시작했고, '대학 자율화'라는, 이름은 꽤 좋아보이지만 실상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묶어두었던 것들을 아낌없이 풀어제치는, 그런 정책들을 밀고 나왔다. 국립대는 법인화, 사립대는 자율화, 이렇게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교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체제 속으로 급속하게 편입됐다. 작년 5월에는 서울대에서 법인화 정책에 항의하는 본관 점거행동이 있었다. 총장실에서 중간고사 공부를 하는 '공부 시위', 독립 음악가들을 초청해 한바탕 벌인 '본부스탁' 등이 이 때 이루어졌다. 동국대의 총장실 점거 농성도 비슷한 맥락이었고, 최근에 일어난 국민대 본관 진입 행동, 카이스트에서의 총장 반대 행동들도 비슷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흐름은 바로 '교육 공공성'이었다. 교육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말라는 저항이었다.


하지만 '교육 공공성' 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김정도씨의 투쟁은 단지 '교육 공공성' 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홍익대에서 학내 노동자들의 휴게실이 돌연 폐쇄된 일이 있었다. 그 전에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기나긴 투쟁이 있었다. 전주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외대 등 수많은 학교에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 지난 4월 총선에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나왔던 김순자씨는 울산과학대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학내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예비 노동자'인 대학생 입장에서, 그냥 눈 감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 측이 이를 달가와할 리는 물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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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총학생회장 고명우씨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고명우씨는 최근에 청년대선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국면에 직접 참여하자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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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이 학교의 '정의'이고 '자비'입니까?"


고명우씨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는 "대체 이 학교가 뭐 하는 학교인가 찾아봤다. 학교 건학이념에는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한다'라고 되어 있다.", "학생을 표적퇴학시키고 농성장을 때려부수는 그런 것이 이 학교의 '정의'이고 이런 것이 불교의 '자비'인가?"라며 동국대 측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그것이 동국대 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국민대 등을 휩쓴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의 문제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김정도씨의 아버지였다. 빗방울이 추적추적 떨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그는 "법사가 되라고 동국대에 보냈더니 정도가 법사가 아니라 투사가 돼 있더라"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가 김정도씨를 '투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겨울에 있었던 천막농성 때였다고 했다. 용역인지 교직원인지 모를 사람이 농성장을 때려 부수더라, 정도의 멱살을 잡더라, 그런데 정도가 아무 저항 없이 참고 있더라, 그래서 믿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가 밝힌, 그가 김정도씨의 지지자가 된 경위다. 청소노동자와 연대해 노조 결성을 돕는 모습을 보며 아들의 '창의적인' 운동들을 바라보며 부채감을 느꼈다는 그는, 어떻게 학교가 학생을 포기할 수 있느냐며 동국대 측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의 발언의 마지막 문장은, "더 이상 길어지면 험한 말이 나올 것 같네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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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사가 되라고 동국대 보냈더니, 끝은 같은 '사'자인, 투사가 됐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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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에 보이는 사람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에 계속해서 기자회견장을 주시하고 있던 교직원들 및 용역업체 직원.


"우리가 지지한다! 이중 징계 철회하라!",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 대학 구조조정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다 같이 외치고, 이번에는 김정도씨가 발언했다. 총장실 점거 이전에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돕고 그 활동에 연대해왔다며, 이런 점들이 못마땅한 학교측이 여는 상벌위원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전에 동국대 측이 학생들의 징계를 해제할 때 김정도씨만 빼놓은 것을 두고, 그가 상벌위원회에 아무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참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했던 것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분명히 서면으로 입장표명을 했으니 학교 측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공부나 해라

이것이 김정도씨에게 학교 측이 한 말이었다. 얌전히 공부만 하면 징계를 풀어주겠다, 학교는 학생을 이렇게 회유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공부를 못하게 해놓고 공부하라는 것은 기만"이라고. 그리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 투쟁이 혼자만의 투쟁이었다면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투쟁은 혼자만의 투쟁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라고 했다. 이런 식의 상벌위원회는 인정할 수 없고, 정 상벌위원회를 열어야겠다면 자신에게 상을 달라, 이것은 벌을 받을 일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그 시각이 바로 재심 상벌위원회가 열리는, 다시 말해 김정도씨에게 무기 정학 처분을 내리려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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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도씨 발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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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도씨가 발언하는 중에, 뒤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교직원들의, 포커스아웃된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초상권 있으니 찍지 말라", "씨x놈" 등의 말로 필자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들은 명백히 공개된 기자회견 장소에서 명백히 기자회견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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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선언문 낭독 중. 공동선언문 낭독 차례 즈음에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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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대학 기업화, 대학 구조조정 중단하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공동성명서를 한 문단씩 나눠 읽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김정도씨는 기자들이 많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못내 아쉬운 듯했다. 하지만 그가 고집을 꺾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투쟁을 계속하는 그는 승리할 수 있을까. 기자회견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페이스북에 쌍용자동차 청문회 관련 내용을 올렸다. 그의 아버지가 본 대로, '투사'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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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0 작성)


흔히 강연회에서의 연사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주로 늙수그레한, 그러니까 산전수전 다 겪어본 것 같이 생긴 인물이 앞에 서서 근엄한 목소리로 점잖게 이야기하는, 그런 이미지에 가까울 것이다. 17일, 홍대 앞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보통의' 강연회 연사와는 조금 다른 연사가 강의실 앞에 섰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검은빛' 활동가는, 앞선 순서의 강연이 너무 늦게 끝난 탓에 주어진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안타까운 눈치였다. 그가 맡은 강연의 제목은 "정치를 알아서도, 말해서도 안 되는 그들", 바로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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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빛 활동가가 강연을 시작하고 있다.


강연은 여성, 노동자, 노예, 유색인종 등이 참정권을 얻어온 과정이 청소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약 40분 간 진행된 강연은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여러 법률이 청소년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고, 사회적인 차원 뿐만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도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여러 방식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점 역시 짚었다. 검은빛 활동가는 가장 근본적으로는 청소년에게 발언의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는, 또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면서, 물론 투표권 연령 또한 낮춰야겠지만 "몇 살이 적합하냐"라는 식의 논쟁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나라의 청소년이 전혀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묶여있는 만큼, 외국에 있는 '청소년 의회'와 같이 청소년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강연은 16~17일 양일간 진행된 '문화, 미디어, 정보통신, 표현의 자유 사회포럼 - 더 많은 수다 2012'의 한 부분으로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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