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카메라라는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새로운 기계를 쥐면 너무나 좋다. 아니 사실 사진도 찍긴 찍는다. 카메라 가지고 할 게 사진(또는 동영상) 찍는 것 말고 뭐가 있단 말인가......

올림푸스의 마이크로 포서드 플래그십 E-m1이 많이 싸졌길래, 중고로 한 대 들였다. 12-40 pro 렌즈와 한 세트로. 재작년에 a700의 대체자를 구할 적에도 후보군에 올렸었지만 전자식 뷰파인더에 대한 불안과 (그때까지만 해도)높은 가격 때문에 탈락시켰던 그 기종이다. 시간이 지나서 내 전자식 뷰파인더에 대한 태도도 '음... 한 번 써보긴 해볼까...?' 정도로 바뀌었고, 가격은 많이 낮아졌다. 장벽은 사라진 셈이다.

올림푸스 카메라는 이번이 두 번째다. 전에 E-pl3을 잠깐 썼었는데, 꽤 괜찮았다. 생긴 것도 그렇고, 성능도 엔트리급으로서는 충분히 쓸 만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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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게 참 예쁘다. '본격 SLR'처럼 생겼는데, 미러리스는 미러리스다. 꽤 작다. 통짜 마그네슘 합금 재질이라 '크기에 비해 좀 묵직하지 않을까?' 했는데, SLR 쓰던 사람이 무슨 미러리스 바디 무게를 논하고 앉아 있어. 이건 '묵직하다' 할 정도도 안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무게에 익숙해지면 또 무겁다고 할 지도 모른다.


Apple | iPhone SE | Normal program | Pattern | 1/15sec | F/2.2 | 0.00 EV | 4.2mm | ISO-320 | Off Compulsory | 2017:04:18 22:01:36

펜탁스 K-5도 작기로는 어디 가서 안 빠지는데, 미러리스와의 대결은 너무 불공정했다.


Apple | iPhone SE | Normal program | Spot | 1/15sec | F/2.2 | 0.00 EV | 4.2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7:04:18 22:01:49

특히 마음에 드는 게 뭐냐면 요 틸트 디스플레이다. 아래위로 꺾어 쓸 수 있는데, 액정 붙어있는 것들만 쓰다가 이걸 쓰니까 구도가 자유로워지는 게 너무 좋은 것이다. E-m1 mk.2의 스위블형 디스플레이보단 이게 더 좋은데, 왜냐하면 어차피 나는 대부분의 사진을 가로구도로 찍고, 그러면 가로사진에서 광축이 어긋나지 않는 게 좋기 때문이다. 뭐 이건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조작계도 다루기 쉽고, 특히 버튼과 다이얼을 얼마든지 개인화해서 쓸 수 있다는 게 또 매력이다. 다만 2x2 조작계는 편리하긴 한데 이런 방식의 조작계를 처음 써보는 거라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래서 fn2 버튼에 iso를 할당해놓고 K-5 쓰듯 쓰고 있다. 조이스틱이 없어서 측거점 고르기가 좀 귀찮은 점이랑 전원 레버를 왼손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점이랑 메뉴 반응이 이제껏 써온 SLR들에 비해 약간 느린 듯한 부분만 빼면 다 좋다. 화면 터치 기능까지 지원해서 더욱 좋다. 걱정했던 전자식 뷰파인더는 OVF 시뮬레이션 기능을 켜놓으면 이질감이 많이 줄어들어 그런대로 쓸 만하다.

이 카메라의 가장 대박인 점은 바로 5축 손떨림 보정 기능인데,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5sec | F/2.8 | 0.00 EV | 38.0mm | ISO-16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4 19:28:26

이런 사진이나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sec | F/9.0 | 0.00 EV | 40.0mm | ISO-16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7 19:32:08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sec | F/7.1 | 0.00 EV | 12.0mm | ISO-16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7 19:38:05

이런 사진들을 삼각대 없이 찍을 수 있다. 물론 전에 쓰던 카메라들도 다들 바디 내장 손떨림 보정 기능을 지원했었지만(미놀타 다이낙스 5D, 소니 a700, 펜탁스 K-5, 올림푸스 E-pl3...) E-m1의 이 기능이 좀 더 강하다. K-5와 비교해도 이쪽이 한 수 위인 것처럼 느껴진다. 좀 더 써봐야 가늠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방진방적 기능도 아주 좋다. 아직 본격적으로 폭우를 맞아보지는 못했지만(??) 비 내릴 때도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다는 그 마음 편한 그런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라 가방 안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찍고 다시 넣어놓고 이렇게는 못한다.

아래는 며칠 동안 E-m1으로 찍어본 사진들. 렌즈는 12-40 pro.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000sec | F/6.3 | 0.00 EV | 38.0mm | ISO-2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5 15:13:50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640sec | F/6.3 | 0.00 EV | 38.0mm | ISO-2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5 15:14:00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500sec | F/4.0 | 0.00 EV | 17.0mm | ISO-2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5 16:55:40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25sec | F/6.3 | 0.00 EV | 19.0mm | ISO-2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5 18:49:46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20sec | F/2.8 | 0.00 EV | 40.0mm | ISO-16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7 19:44:15

OLYMPUS IMAGING CORP. | E-M1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10sec | F/2.8 | 0.00 EV | 40.0mm | ISO-32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7:04:18 19:54:06


음 뭐 아직도 살펴봐야 할 구석이 많다. 설정도 다 못 건드려봤다. 뭐 이렇게 설정하는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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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에 먼저 써놓은 것을 갈무리하는 차원에서 블로그에 옮김.


우선 '기자의 현장 개입'이라는 말의 정의부터 분명하게 해 둬야 하겠다. 사실 공개된 자료만 활용하(거나 묻혀 있던 자료를 발굴해서 쓰)는 경우와 같은 상황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취재활동은 현장의 인과관계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떤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쓰면서 비판 대상에 연락을 취하게 되는데(반론권 차원에서건 더 깊은 취재 차원에서건), 여기서 이미, 기사가 나가기 전에, 어떤 '결과'가 나오곤 한다. "취재가 시작되자 A사 측은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라든가 하는 문장이 그런 것이다. 이것은 '개입'인가 아닌가?

굳이 구분하자면, '의도된 개입'이 있을 수 있고, '의도되지 않은 개입'이 있을 수 있고, '미필적 고의인 개입'도 있을 수도 있다. 가령 JTBC의 이번 정유라 체포 보도는 '의도된 개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앞서 적은 경우의 대부분은 '미필적 고의인 개입'에 가까울 것이다.

'의도된 개입'의 한쪽에 JTBC의 정유라 체포 보도와 같은 '정의로운' 개입이 있을 수 있는 반면에, 또 그 반대쪽에는 '지면 사유화'의 사례들이 있다. 특히나 지역 토호들이 미디어업을 겸영하는 지역언론의 경우에 그런 것이 심하다. 당연히 두 보도의 가치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둘 다 '의도된 개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두 보도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가?

기자협회 윤리강령을 보면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동시에 "기자는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통해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해야 한다고도 돼 있다. 이는 "개인적인 목적에 영합하는" 것을 취재·보도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에 부합하는 것을 취재하고 보도하라는 뜻이다. 무엇이 '민주화에 기여'하는 방향인 지는 기자(와 데스크)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저널리즘 문제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언론인의 양심'에 맡길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참 진부한 결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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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에 나가다 보면 어쩐지 낯이 익은 사람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 원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집회에 나가다 보니 한두 번씩 계속 마주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보통 드는 감정은 '반가움'인데, 가끔 '이런 사람을 이런 데서?!'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면 '반가움'은 몇 배가 된다.

지난주에는 서울에서 100만 명 넘는 사람이 모였고, 이번 주에도 서울 60만 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전주에 있던 나는 오늘도 '반가운' 얼굴을 여럿 보았고, 관통로 사거리에 쏟아져 나온 1만여 명이 한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모습에 약간 든든함 같은 것도 느꼈다. 이번에는 "혐오발언을 그만두라"와 같은 목소리도 나왔고, 많은 시민이 여기에 동의의 뜻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이번 주에도 별로 바뀌는 것은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만 노리는 듯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퇴진할 생각이 없으며, 일부 사람들은 JTBC의 취재장비를 박살 냈으며, 시민들은 '얌전'했다. 경찰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자며 붙인 스티커를 도로 떼는 모습도 나왔다. 여기에 어떤 '답답함' 내지는 '허탈함'을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 같다.

1960년의 혁명은 3·15 부정선거에서 시작됐다. 이승만이 '하야'하겠다 한 것은 4월 26일이었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날아다니고 경찰서 유리창이 성할 날 없던 격렬한 시위가 무려 한 달 넘게 지속되고서야 마침내 시민들이 승리를 얻어낸 것이다. 1987년의 혁명 또한 5월 말부터 장장 한 달여에 걸친 긴 싸움 끝에 6월 29일에 신군부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전개였다.

2016년, 10월 말에 불붙은 싸움은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첫 대규모 집회가 11월 5일에 있었고 11월 12일과 11월 19일에 연이어 100만 명씩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뭔가가 획기적으로 달라지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그 가운데서 우리는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안남시민연대'나 '범야옹연대' 같은 깃발로 우리 자신을 확장해 가고 있고, 다른 동료시민을 배제하는 '혐오발언'들을 차단해 가고 있다.

한 주 한 주, 이런 '숫자놀음'에 불과한 '평화집회'로 뭘 바꿀 수 있겠냐는 우려도 크다.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원래 느리다. 지극히 느려터졌고 또 지극히 비효율적인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그런 사상을 우리가 신봉하는 이유는 바로 저 많은 동료시민들을 배제하지 않기 위함이고, (아직까지는)민주주의만이 그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굳이 '비폭력', '평화' 프레임 속에 갇혀있을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어떤 '순수함'이나 '고결함' 같은 것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냥 시민이다. 그냥 그렇게 있는 존재다. 누가 감히 우리에게 어떤 '특정한 모습' 같은 걸 요구할 수 있나?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것을 다만 권력자는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비폭력'과 '평화'를 주장하는 저 광장의 시민들을 비웃을 이유 또한 없다.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돌멩이나 쇠파이프 따위가 아니다. 공권력을 독점하고 있는데 고작 그런 게 무서울 거리나 될 수 있나. 저들에게 진정 두려운 상황은 자신들이 고립되는 것이다. 어딜 가도 자기편이 없는 것. 어느 누구도 자기들을 반가워하지 않는 것. 자기 반대편 사람들은 저렇게 많이 나와서 서로 뜻을 공유하고 반가워하는 것. 그것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 더는 그냥 묻고 넘어가기 어려워지는 것. 그것이다.

우리 동료시민을 더 믿자. 저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을 하자. 한 사람이라도 더 광장에 나오게, 그리하여 '반가움'을 느끼게 하자. 한 번의 시위로 끝나지 않는다면, 친한 사람의 손을 잡고, 혹은 '안남시민연대' 같은 자기가 좋아하는 아무 깃발이나 붙들고 광장으로 다시 가자. 조금만 더 '답답'하게, 때로는 '별로 얻어내는 것도 없'는 듯, 또 때로는 '단지 놀러 나온' 듯, 그럼으로써 더 많은 동료시민과 함께 할 수 있게, 그렇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 추가: 경찰차벽의 스티커를 떼는 행동이 비판받을 지점은 '경찰에게 씨알도 안 먹힐 포용 같은 걸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시민의 의사표현을 멋대로 철회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의견의 영역이고 후자는 타인의 (딱히 폭력적이지도 않고 남을 배제하지도 않는)의견 표현을 가로막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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