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진 시

2013.03.13 17:13 from 잉여생산물

쉽게 쓰여진 시(원작: 윤동주)


창 밖에 밤안개 가득해

반지하방은 나의 아지트

 

학생이란 가난한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포스트를 적어 볼까,

 

땀내와 눈물 짠 맛 아프게 품긴

가상계좌로 보내진 학비 삼백사십만원 받아

 

전공서적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흩어져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수강신청 성공하는 것일까?

 

알바는 구하기 어렵다는데

포스트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반지하방은 나의 아지트

창 밖에 밤안개가 가득한데,

 

알바천국 들어가 알바자리 조금 찾아보고,

시대처럼 올 장학금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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